NAS가 뭐죠? Synology DS220+ 사용기

2021. 8. 22. 19:37IT/Review

들어가며

작년 어느 날, 제 씨게이트 외장하드 5TB가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점점 액세스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싶더라니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인식이 안 됐습니다. 'Mac OS에서만 이러나?' 하고 1차 현실 부정을 해봤으나, 윈도우에서도 당연히 안 됐고, 그렇게 제 중학생 때부터 모아왔던 소중한 추억들은 아무 예고 없이 제 곁을 떠나갔습니다.

외장하드 : 주인님? 저 속이 안 좋아요...

하드에 배드섹터가 발생하는 일은 겪어봤어도, 하드 자체가 먹통이 되는 일은 처음 겪어봤기에 매우 당황스러웠고, 저장 용량 아끼겠다고 평소에 분산 백업을 해놓지 않은 저 자신을 많이 책망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했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비싸단 이유로 미뤄왔던 NAS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이 글은 나스 구매후, 약 1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사용하며 느낀 점들을 기록한 글입니다. NAS에 대해 아직 잘 모르거나, 구매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좋은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NAS가 뭔데 십덕아

NAS는 Network Attached Storage의 준말입니다. '망 부착 저장장치'라고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외장하드가 USB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들고 다니는 하드디스크라면 나스는 네트워크(주로 http)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왜 씀?

이 설명을 듣다보면 '클라우드랑 다른게 뭐야?' 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맞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클라우드와 다를 게 없습니다. 로컬에 저장해야 할 정보들을 웹에서 저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클라우드 서비스(Google One, Onedrive, Dropbox, nDrive ...)들과 NAS의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보관 주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것은 저희의 데이터를 특정 기업에게 위탁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일정 용량 이상을 초과해서 사용하면, 그 때부터는 사용료를 정기적으로 결제해야만 합니다. 또한, 기업들이 멍청이들이 아닌 이상 저희의 데이터를 함부로 열람하지는 않겠으나, 어찌되었건 남에게 데이터를 맡기게 된다는 점이 썩 좋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클라우드에 민감한 정보를 올리지 않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NAS는 제가 직접 장비를 사고, 직접 하드디스크를 꽂아 집에서 직접 돌린다는 점에서 클라우드와 확연히 다릅니다. 제가 제 정보를 직접 보관하니, 정기 결제를 할 필요도 없고, 민감한 정보를 누군가가 혹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표로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NAS
관리주체 기업 나 자신
요금 정기 결제 장비 가격 + 하드 가격 -> 고정 비용
프라이버시 보장 ? O
데이터 유실 가능성 낮다 쓰는 사람에게 달렸다

요금 계산을 러프하게 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Google One의 요금제입니다. 이 중 2TB 1년 결제시 119,000원의 요금이 듭니다.

같은 2TB로 구성한다 가정하고, Synology 사의 가장 싼 모델인 DS120j에 2TB 하드 저가형 하나를 붙인다면 138,000 + 59,910 = 197,910 원이 나옵니다. 즉, Google One 2TB 요금제 2년차부터는 NAS 쪽이 비용적으로 더 저렴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저렴하게 구성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하드를 NAS용 하드로 따로 사는 게 좋고, 백업을 위해서 최소 2개 이상의 하드를 사용해 구성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특히, 클라우드에 1TB 이상의 데이터를 보관할 일이 없다면 애초에 NAS 구매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TB 단위의 대용량을 10년 이상 저장할 것을 전제로 한다면, 요금 면에서 NAS가 클라우드보다 훨씬 쌀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데이터 유실 가능성에서 NAS는 '쓰는 사람에게 달렸다'라고 적었습니다. 그 이유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 분산해서 백업을 하지만, NAS는 별다른 조치(레이드 구성, 정기적 백업)를 해놓지 않은 경우엔 일반 외장하드와 똑같은 상황이라 언제 갑자기 데이터가 사라질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NAS의 사용 목적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대용량을 장기적으로 보관하는 상황에서는 클라우드보다 싸고, 프라이버시도 완전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유실 가능성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가 되겠습니다.

사실 NAS는 더 이상 NAS가 아니다

NAS의 설명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신 분도 있을 듯합니다. '그냥 개인 서버에 ftp 띄워놓은 거랑 같은거 아냐?' 네, 맞습니다. 본인이 직접 소유하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 가능한 스토리지란 점만 만족한다면, 그 어떤 것도 나스라 불릴 수 있습니다. 안 쓰는 컴퓨터에 베리즈 웹쉐어 같은 서비스를 띄운 것도 나스고, 라즈베리파이에 직접 ftp 서버를 운영해도 나스입니다. 요즘 나오는 공유기들은 '간이 NAS'도 지원하고 있어, USB 메모리만 꽂으면 바로 네트워크 내부에서 이용할 수 있는 나스로 바꿔줍니다. 그래서 "라즈베리파이에 하드 연결하면 될 텐데, 왜 굳이 NAS 기기를 따로 사지?" 라는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

라즈베리파이는 USB 단자를 통해 범용성은 챙겼으나, SATA 같은 연결을 하려는 순간부터는 생각해야할 거리가 많아집니다.

그러나, 라즈베리파이는 본래 목적이 '작은 컴퓨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 저장에 특화되어 있진 않습니다. 라즈베리파이에 여러 하드를 SATA로 연결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따로 장비를 구매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 어댑터 전력으로 하드를 감당할 수 없어서 추가적인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그 후에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주기 위한 앱을 직접 찾아 설치하고, 그 외의 거추장스러운 작업들을 해줘야 합니다. 커스터마이징의 폭은 넓으나, 편의성이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애초부터 NAS 목적으로 나온 장비들은 데이터 관리에 특화된 OS가 이미 탑재된 상태로 나와 사용자가 직접 핸들링 해야만 하는 지점을 최소화해줍니다. 그렇기에 레이드 구성, 정기적 백업 등의 작업들을 클릭 몇 번만으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드린 대로, NAS와 개인 서버는 개념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나오는 NAS 장비들도 단순 데이터 저장뿐 아닌, 개인 서버로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풍부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개인 홈페이지 관리 기능부터, 더 넓게는 우리 집 스마트홈 허브까지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에서 후술하겠습니다.

즉, 요즘에 와서는 NAS의 정의 자체가 '데이터 저장에 특화된 개인 서버'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단순히 집에서 개인 프로젝트를 작게 돌리는 데에는 라즈베리파이 하나로도 충분할 지 모르나, 자료 보관의 기능도 같이 수행하고자 한다면 NAS 구매가 더 이득이 된다 생각합니다.

Synology DS220+을 소개합니다.

Synology DS220+

제가 구매한 NAS는 이 업계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시놀로지 사에서 만든 DS220+입니다. 상세 스펙은 여기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더 저렴한 모델들을 놔두고 굳이 이 모델을 구매한 이유는, 바로 Docker가 지원되기 때문입니다. 본업이 개발이며 예전에도 라즈베리파이로 개인 프로젝트를 돌리던 저에게는 이 Docker 지원이 꼭 필요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현재에도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Docker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후술하겠습니다.

토스터기 같은 외향..

DS220+은 2bay입니다. 하드 디스크를 최대 2개까지 넣을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단순히 8TB + 8TB 식으로 16TB를 확보하는 것도 좋지만, 레이드 구성을 통해 8TB 하나의 데이터를 두 하드가 서로 나눠 가지도록 설정하는 게 더 안정적입니다. 그렇게 구성할 경우, 하드 한 쪽이 죽어도 다른 쪽의 데이터로 복구가 가능합니다.

WD 외장하드 분해 중

NAS에 넣을 하드입니다. 보통은 HDD를 별개로 따로 사지 않고, 외장하드를 직구한 다음에 내용물만 적출해서 쓰는 방식을 많이들 선호합니다. 신기하게도, 이게 그냥 HDD를 사는 것보다 쌉니다. 물론, 이 경우에 A/S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지만.. 전 지금까지 한 번도 하드를 A/S 맡겨본 적이 없었고, 발생한다 하더라도 데이터를 완전히 복구해줄 것이란 보장이 없어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저는 WD사의 8TB 외장하드 2개를 구매해 레이드 구성을 했습니다.

8GB 램 추가 장착

또한, DS220+은 기본 2GB 램이지만, 램을 추가 부착할 수 있는 슬롯이 있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최대 8GB까지 안정성 있게 부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최대 10GB가 가능하단 이야기죠. 그러나 보통은 메모리 사용량이 2GB도 넘어가지 않으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램 부착은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멋있어..
Zigbee 스틱을 꽂은 상태

또한, DS220+은 앞 뒤로 USB 3.0 연결 포트가 있습니다. 외장하드를 추가로 꽂을 수도 있고, 위 사진처럼 저장 목적 외의 장치들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스마트 홈 구축을 위해 zigbee 동글 역할을 할 수 있는 USB 스틱을 꽂아서 사용 중입니다.

왜 Synology인가? 소프트웨어 때문

Synology가 자랑하는 그 OS. DSM

시놀로지 나스가 강력한 이유는 바로 소프트웨어에 있습니다. 먼저, DSM이라고 불리는 Synology NAS용 OS가 탑재되어 있는데요, 브라우저 상에서 나스로 접속하면, 이와 같이 gui 화면이 나타나게 됩니다. 실제 윈도우를 조작하는 것과 큰 차이 없는 인터페이스라, 편의성이 매우 좋습니다.

Synology DSM은 굉장히 많은 앱들을 제공합니다.

NAS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기능들은 '패키지 센터'를 통해서 다운로드 받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구글 포토와 유사한 모먼츠(Moments), 구글 드라이브와 유사한 드라이브(Drive), 개인 홈페이지를 돌릴 수 있게 해주는 웹 스테이션(Web station), 그리고 도커(Docker) 등이 있습니다.

구글 포토 부럽지 않다. 사진 관리앱 Moments

제가 구글 클라우드에서 NAS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사진 관리'였습니다. 옛날같이 사진을 파일 형태로 저장하는 것보다, 구글 포토처럼 갤러리 형태로 보관하는 것이 더 쓰기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정말 다행스럽게도 Synology에는 구글 포토와 유사한 역할을 해주는 모먼츠(Moments)가 있었습니다.

외관상으로는 구글 포토와 거의 다를 게 없습니다.

구글 포토와 동일하게 갤러리 방식이면서, 안드로이드와 iOS에 각각 앱으로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폰에서 찍은 사진이 상시로 서버와 싱크되도록 할 수 있는 것이죠. 사진 공유 기능이 다소 아쉬운 것을 제외하면 충분히 구글 포토를 대체할만 한 앱이라고 생각합니다.

업로드한 앨범 중에서 얼굴을 인식해 인물별로 묶어줍니다.

모먼츠의 또 하나의 강점은, 업로드 한 앨범 중에서 얼굴을 인식해, 같은 인물이라 판단되는 그룹끼리 묶어서 표시해준다는 점입니다. 정확도가 아주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만(같은 사람을 다른 인물로 인식, 다른 인물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 그럭저럭 괜찮은 성능입니다. 특히나, 같은 사람을 다른 인물로 인식한 경우는 '병합'을 사용하여 같은 인물이라고 알려줄 수 있으므로 오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구글 드라이브 게 섯거라, Synology Drive가 간다

Synology Drive

언급했던 대로, 구글 드라이브의 대체재로는 Synology Drive가 있습니다. Google Drive와 거의 동일하며, 데스크탑과 휴대폰에 설치하여 동기화해서 사용하는 것도 물론 가능합니다. 남에게 대용량 파일을 공유할 때에, Moments나 Synology Drive에 업로드 후에 시간 제한이 있는 링크를 생성하여 URL을 건네주는 방식으로 사용 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사용성 확장하기 feat. Docker

Synology의 중간 라인들부터는 도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NAS의 확장성을 높여주는 데 큰 일조를 합니다. 제가 Docker를 이용하여 사용중인 서비스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비밀번호 관리 앱 bitwarden

bitwarden(혹은 vaultwarden)은 패스워드를 관리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본래는 공식 사이트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지만, 오픈소스인 만큼 자체 서버를 돌릴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저는 그간 구글 계정에 동기화시켜놓았던 비밀번호를 전부 이 bitwarden에 옮겨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 크롬 익스텐션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크롬이나 삼성 패스가 그러하듯이 실제 로그인 시에도 바로 인증 정보를 꺼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단점은, 첫 로그인 시에 '이 인증 정보를 다음에도 사용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어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땐 사용자가 직접 앱에 입력해줘야 해서 귀찮습니다.

스마트 홈 허브를 구축하자. Home Assistant

제 집입니다.

스마트 홈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Home Assistant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삼성의 SmartThings Hub가 정석적이긴 하나, 집에 남는 라즈베리파이가 있다면 Home Assistant를 설치해 디바이스 연결과 자동화를 할 수 있습니다. Home Assistant도 Docker Image로 제공되고 있어, 시놀로지 NAS에 매우 손쉽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 덕에 비싼 SmartThings Hub를 살 필요를 덜었습니다.

누가 쓰면 좋아요?

아래와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 테라바이트 단위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사람
  • 클라우드에 계속 나갈 비용이 아까운 사람
  • 위의 조건에 해당하면서, 개인적으로 개발을 하고 있는 사람! 강추

돈 값 하나요?

제 대답은 '예'입니다. 저같이 기록을 모으는 데 진심인 사람에겐 Synology NAS만한 선택지가 없습니다. 초기 비용이 비싸게 느껴지더라도, 불의의 사고로 유실될 추억에 비하면 헐값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기존 라즈베리파이가 해주던 역할까지 충분히 커버해주고 있어서 향후 사이드 프로젝트을 진행하는 데에도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스가 클라우드에 비해 데이터 유실 가능성이 높은 건 여전히 사실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나스 2대를 따로 운영해서 싱크시키거나, 오프라인으로 따로 백업을 주기적으로 행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요. 아직까지는 그럴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 방치하고 있네요. 아직은 먼 미래의 일 같아 나중에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