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9. 17:53ㆍRandom
진여신전생4 후기를 써볼까 합니다.
페르소나 시리즈로 유명한 ATLUS 사의 본가 작품이죠.
원래 페르소나도 진여신전생의 외전격 작품에서 시작했던거니, 꽤나 뿌리가 깊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 3대 RPG의 마지막 공란의 후보로서 종종 거론되곤 합니다. 다만, 게임 완성도에 비해 판매량이 저조해서 끝내 3대 RPG로서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있어요.
흔히들 이름때문에 '미연시야?' 하는 착각도 종종 합니다만, 여신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걸 기대하고 게임을 켰다간 멘탈이 작살이 나버리죠.
'여신전생(女神転生)' 이란 "여신이 다시 태어난다"란 의미로, 과거 동명의 소설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악마가 현대 일본에 다시 나타나 세계를 혼돈에 빠뜨리는 내용으로, 처음엔 이 소설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 이후의 작품들은 '여신전생'의 저작권만을 빌려 원작과는 전혀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기존의 여신전생 게임과 차별을 두기 위하여 '진(真)'을 붙여서 진여신전생이라는 제목을 달게 됩니다.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특징을 몇 개 꼽아보자면, 악마를 소환해가며 싸우는 시스템, 상대방 악마와 대화를 통한 교섭, 합체를 통한 상위 악마 소환, 상대방 약점을 공략할 경우 자신의 턴 행동회수가 늘어나는 프레스 턴 시스템 등이 있겠습니다.
특히 악마 대화를 제외한 나머지 시스템은 현재 나오고 있는 페르소나 시리즈에도 적용이 되고 있어서 페르소나 팬들에겐 아주 친숙할 것 같네요.
스토리의 특징으로선, '세기말' 이라는 단어가 걸맞을 정도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실제로 진여신전생 1, 2가 나올 당시는 20세기 말이기도 했습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신화들을 이용하여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도 진여신전생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아마테라스 신이 천사들에게 억압당해 봉인 당한다든지, 이집트의 신 세트가 기독교의 사탄과 연결이 된다든지, 북유럽 신화, 이집트 신화, 동양 신화, 인도 신화 등 정말 갖가지 신화가 한데 엮여 대규모 스케일의 판타지를 형성합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종교인 입장에선 불쾌할 장면들도 꽤나 나오곤 합니다. (이 다음 작품에선 미륵 보살이 악마로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는 유대교의 신까지 등장하곤 합니다.)
그럼, 진여신전생 4 플레이 일지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꿈에서 이상한 부름을 받습니다. "그대의 이름을 대거라"
라는 질문을 받고, 자기 이름 작성을 강요받습니다.
디폴트 이름은 플린(Flynn)이지만, 저는 제 닉네임 설린으로 했습니다.
"이제부터 그대가 하는 선택은 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닐 것이라, 그대는 앞으로 계속 걸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원문은 기억이 안나는데, 스샷의 글들을 조합해보면 저리 되네요.
앞으로 주인공이 하는 선택에 의해 세계가 요동칠 것을 암시하는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갑자기 웬 소녀가 나타나서 "날 언제 부활시켜줄거야?" 라고 말합니다.
이는 특정 엔딩에서만 충족할 수 있고, 다음 작품과도 연관이 되는 중요한 떡밥입니다.
꿈에서 깨고 나니, 웬 호수에 나자빠져 자고 있었고, 옆에는 '이사칼'이라는 친구가 서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소꿉친구라는 설정입니다.
이 둘은 오늘 '사무라이 선발식'에 참가하기 위해서 키치조지에서 미카도 국의 수도까지 걸어왔습니다.
드디어 미카도 성 내부로 들어온 두 사람.
럭셔리즈 귀족한테 사무라이 선발식의 장소를 물어보니 "돌아갈 채비도 다 끝내는 게 좋을거다, 캐쥬얼리티 놈"이라면서 대놓고 비웃습니다.
게임의 세계관을 알려주는 비석입니다.
이 게임의 무대는 그레고리력 14세기경의 '동쪽의 미카도국'이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쪽의 미카도국은 '천사와 아큐라 왕'의 도움을 통해 건국된 나라입니다.
태초에 지하 세계에서 올라오는 '더럽혀진 자'들과 '악마'들 때문에 이 땅의 사람들은 고통 받고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하여 한 전사가 나섭니다. 이 전사는 악마를 부릴 수 있는 신기한 기계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동료 악마들과 힘을 합쳐서 '더럽혀진 자'들과 악마들을 다시 지하세계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 전사가 곧 초대왕 아큐라 왕이며, 아큐라 왕의 지도 아래 이 땅에는 '동쪽의 미카도국'이 세워지게 됩니다.
아큐라 왕이 지니고 있던 악마를 부리는 기계는 '건틀렛'이란 이름으로 계승 되었으며, 이후 동쪽의 미카도국에는 '사무라이'가 생겨나게 됩니다.
사무라이는 건틀렛을 계승받고, 악마를 부리는 능력을 이용하여 조국을 지키는 전사를 의미합니다.
동쪽의 미카도국은, 계급사회로서 지배층인 '럭셔리즈'와 피지배층인 '캐주얼리티즈'로 2분할됩니다.
그러나 사무라이의 선발에는 계급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피지배층인 캐주얼리티즈도 사무라이가 되어 나라에 헌신할 수 있는 셈입니다.
고려시대 무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얼추 맞겠네요.
주인공와 친구 이사칼은 모두 캐주얼리티 출신으로, 사무라이 선발을 위하여 미카도 성까지 도달한 것입니다.
"어쩌면 너와는 여기서 이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너랑 난 계속 친구야."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인성인지, 자기는 무조건 붙을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으면서, 친구인 주인공은 떨어질 거라면서 벌써부터 연민에 빠져있습니다.
김칫국을 마셔도 정도가 있지.
주인공의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사제들이 주인공에게 건틀렛을 건네줍니다.
사무라이 선발 의식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법의 모자가 기숙사 배정해 주듯이, 그냥 팔에 끼우고 전원이 들어오는지 아닌지를 체크합니다.
건틀렛이 소유주를 인정한다면 전원이 들어오고, 아니라면 그대로 멈춘 상태입니다.
즉 뽑히냐 안뽑히냐는 실력이 아니라 정말 운빨입니다.
무슨 카투사 선발도 아니고..
다행이도 주인공의 건틀렛엔 전원이 들어옵니다. 당연하죠. 주인공이니까!
"건틀렛에, 마법의 언어가 떴다!"
마법의 언어 = 한자
?
????
최소 마법천자문
건틀렛이 주인공을 선택했다고 웅성웅성댑니다.
매년마다 하는 행사인데 왜 이리들 놀라는거지
ㅋ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칼은 선발되지 못했습니다.
이 놈 말대로 여기서 이별을 하긴 하네요. 반대의 포지션에서.
김칫국은 적당히 마십시다.
숙소에서 똑같은 캐주얼리티 출신의 사무라이 동료를 만납니다.
이름은 왈터(Walter)라고 하는군요. 참고로 이 녀석은 카오스 루트(Chaos Route)로 이어지는 동료입니다.
향후 이 놈과의 호감도(?)에 따라 이 게임의 엔딩이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아까 미연시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런 점은 약간 미연시 같긴 해요. 멀티 엔딩이란 점만.
선택지 몇개만으로 분기가 바로 갈라지는 페르소나와는 달리, 진여신전생은 꽤 긴 시간을 들여서 루트 분기 선택지를 쌓아야합니다.
원하는 엔딩이 있다면 공략집을 펴두고 각 분기별 선택지 성향을 계산해가면서 플레이해야합니다.
이 놈의 이름은 나바르. 럭셔리즈 나발입니다.
엘리트 의식에 빠져 사는 멍청한 놈인데, 정작 사무라이 중에서는 제일 못 미더운 놈입니다.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자란 기득권층의 표본이 되는 캐릭터죠.
캐주얼리티인 주인공와 왈터를 매우 하찮게 여깁니다.
이 쯤에서 등장하는 요나단. 이 녀석도 엔딩 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놈입니다.
로 루트(Law Route)를 타고 싶다면, 이 녀석과 갈 데 까지 가야합니다(?)
이름부터가 성자의 느낌이 나듯이, 바른 생활 사나이입니다.
럭셔리즈 출신이지만, 허영심에 빠져사는 나바르와는 달리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자 하는 고귀한 캐릭터입니다.
사무라이의 홍일점, 이자보입니다. 왈터는 미국식, 이자보는 프랑스식, 요나단은.. 독일식인가요? 여하튼 이름들에 통일성이 전혀 없습니다.
이자보도 나바르, 요나단과 동일한 럭셔리즈입니다. 다만, 요나단만큼 강인한 신념을 갖고 있진 못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입니다.
뉴트럴 루트(Neutral Route)를 가고 싶다면, 이 아이와 잘 되어야합니다.
후속작인 진여신전생4 Final에서도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정작 이 게임의 진 히로인은 이자보가 아니라 바로우즈라고들 합니다만..
사무라이의 두목 호프로부터 임무 설명을 받습니다.
미카도성의 지하에는 '나락'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나락은 '더럽혀진 자'들이 있는 지하세계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이며, 그 속에는 여러 악마들이 득실댑니다.
사무라이들의 임무는 이 나락으로 들어가, 동쪽의 미카도국에 위협이 될 악마들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락 속에 숨겨진 마법의 유물을 찾는 임무입니다.
마법의 유물이란 건틀렛과 같은 오버 테크놀러지 제품들을 말합니다.
게임 속 배경은 누가봐도 중세시대 쯤인데, 건틀렛 하나만이 SF에 나올법한 비주얼의 기계장치입니다.
특정 요소들이 조금씩 시간대가 어긋나 있는 것이죠.
마법의 유물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특수한 아이템들입니다.
건틀렛의 전원을 켜면, '바로우즈'라고 불리는 A.I가 반겨줍니다.
바로우즈는 이후 스토리의 엔딩까지 주인공을 도와주는 진히로인(...)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진여신전생은 랜덤 인카운터가 아닌 심볼 인카운터 형식을 취합니다.
악마들과 부딪히면 전투가 시작되는데, 악마가 플레이어를 치기 전에 플레이어가 먼저 악마를 치는데 성공한다면 선제공격 찬스를 얻습니다.
호프로부터 받은 첫번째 임무는 "악마 회화를 통해 동료를 얻어라"입니다.
몬X터볼을 던져서 포X몬을 잡는 게임과는 달리, 이 게임에서 악마는 대화를 통해서 얻어내야 합니다. (물론 대화가 획득 방법의 전부는 아닙니다.)
문제는 대화 방식인데, 위에서 보듯이 악마가 질문을 던지고, 플레이어는 거기에 답해야합니다.
골 때리는 점은, 질문 패턴이 굉장히 다양해서 무엇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고, 대답조차도 정답이 정해진 것이 아닌, 확률로 반응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악마가 "난 배고프다"라고 말 했을 때, "그럼 널 먹어라" 라고 대답한다면, 어떤 경우엔 "오, 그러면 무한정으로 먹을 수 있겠군! 재미있어!"라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엔 정말로 자기 자신을 먹어버려서 자살하기도 합니다.
"너의 이름은 뭐지?" 라고 대답했을 때, 상대방의 악마 이름으로 답하면 "오, 나랑 똑같은 이름이네. 신기하네" 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하늘 아래 똑같은 이름이 둘 씩이나 있을 순 없지, 죽어라" 하면서 바로 죽창을 갖다 꽂기도 합니다.
어떤 질문은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그냥 싸움으로 넘어가는 질문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냥 운에 맡기면서 선택지를 고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을 하지 않는 경우엔, 주인공에게 동료가 되는 대가로 무언가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돈이 될 수도 있고,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 파티원의 생명력, 정신력, 심지어 목숨까지(!) 요구하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초반부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교섭 실패가 된다면 자신의 턴은 전부 삭제되고 상대방의 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정신 놓고 있다간 순식간에 게임오버 당하기 때문이죠.
참고로 게임오버를 당하면 황천길을 건너게 되는데, 뱃사공 카론이 돈을 받고 다시 살려줍니다.. 만 이 부활비가 어마무시하게 비싸서 그냥 세이브를 계속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동료 악마 3체를 포섭하는 데 성공하면, 전투 퀘스트와 물건 찾아오기 퀘스트를 시킵니다. 그리고 이 퀘스트로 순위를 매깁니다.
물론 스토리 상 주인공이 무조건 1빠로 퀘스트를 달성하게 되어있습니다.
'여인의 반지'를 찾고, 퀘스트를 1등으로 끝냈습니다.
바로우즈는 자기의 마스터가 1등 했다면서 매우 신나합니다.
아무 쓸모없는 나바르는 "캐쥬얼리티 주제에 너무 건방지다. 오늘의 굴욕 잊지 않겠다" 라며 사라집니다.
어휴 한심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