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1. 17:03ㆍHobby/Photo-Trip
발단
작년 말에 있던 일이다. 서울에 차를 끌 고 가야하는 일이 생겨 일주일간 입사 동기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당연히 재택근무였기에 각자 다른 방에서 일하고, 점심 같이 먹고, 일 하고, 저녁 같이 먹고, 야식 먹으러 가고 이런 식으로 일주일을 보냈는데, 그러던 중에 동기가 이런 제안을 하나 했다.
제로벨 님. 내년 초에 아이슬란드 갈 생각 없어?
이게 갑자기 뭔 소린가 했더니, 내막은 이랬다.
- 내가 다니는 회사는 입사한지 일정 기간을 채우면 15일의 안식 휴가를 준다. 우리는 2023년까지 그 휴가를 소진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 동기는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을 보고 오로라를 보고 싶어졌다
- 그러나 혼자서 유럽 국가 여행을 다녀오고 싶진 않았기에 사람을 모으고 있다
- 나는 천체 사진을 찍는 게 취미이며, 동기와 휴가 계획을 맞추기 수월하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슬란드 원정대로 스카웃을 받게 된건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제의라 당황했으나 오로라를 보러 가는 여행이라는 점은 상당히 구미가 당겼다. 언제까지고 목성 화성 은하수 플레이아데스 성단으로만 만족할 순 없지 않은가?
Image by Noel Bauza from Pixabay
그러나 이 때 논의되던 여행 계획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한 모집 실패로 잠정 중단되었다. 하지만 내 마음에 지펴진 '오로라'라는 이름의 불씨는 이미 겉잡을 수 없이 커져있었고... 나는 계획이 좌절된 이후에도 오로라를 보기 적당한 후보지들을 찾아 헤맸다.
오로라는 어디가면 볼 수 있지?
오로라는 극지방에 가까운 곳이라면 전부 관측이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잘 알려진 곳들은 아래와 같다.
- 알래스카
- 캐나다 옐로나이프
- 아이슬란드
- 노르웨이 트롬쇠
- 핀란드
추려낸 후보지를 전부 검토해가면서 주변인들을 영업했으나..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있었다.
- 오로라는 항상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양풍의 영향을 받으므로 100% 관측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다
- 기상도 한 가지 변인이다. 오로라 지수가 아무리 높아도 날이 흐리면 볼 수 없다
- 오로라를 볼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재시도할 것을 고려하여 일정을 하루보다 길게 잡아야 한다.
- 그럼 오로라 기다리는 남는 시간동안 뭐함?
"난 정말 오로라만 보고 돌아간다! 다른 일정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런 입장이라면 어딜 가든 상관이 없겠으나... 평범한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꽤 난감한 문제였다. 즉, "오로라 말고도 다른 볼 거리가 얼마나 있느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안타깝게도 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여행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런 심사숙고를 거쳐 나온 해답은 "노르웨이로 가자"였다. 그 이유는...
- 노르웨이는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나라 중 상당히 따뜻한 편에 속한다(고 한다)
- 상대적으로 다른 여행지 후보보다 즐길 거리가 있어 보인다
- 여러 후보지 중 노르웨이일 경우에 참가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제일 많았다.
마지막 부분이 제일 결정적이었다. 다들 노르웨이로 가지 않으면 나와 함께하지 않겠다고 협박(?)을 해대는데 어떻게 당해낼 수 있을까. 아시아를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나는 누구보다 동료의 도움이 절실했기에 벌벌 떨면서(아님)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었다.
최종적인 여행 계획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 목적지 : 노르웨이
- 여행 목적 : 오로라 + ɑ (오로라 보고 시간 남으면 겸사겸사..)
- 여행 일시 : 10월 26일 ~ 11월 6일 (10일간. 설마 열흘간 단 한번도 못 보겠어? ㅋㅋ)
- 멤버 : 나 포함 입사 동기 4명
자, 그렇다면 이 개노답 4형제의 오로라 원정은 성공적으로 끝이 날지? 는 투 비 컨티뉴드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