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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Photo-Trip

입사 동기들과 함께한 우당탕탕 노르웨이 여행기 - 5

우리가 간다, 오슬로!!

아침 일찍 눈을 뜬다. 급하게 비행기 티켓을 구하다보니 아침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일런트 힐이야 뭐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새벽 4시부터 부지런하게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캐리어를 잡은 채로 움직였다.

흑흑 잘 있어 트롬소야

버거킹에서 일단 끼니를 때웠다. 빅맥을 1만 5천원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이 나라에서의 버거킹은 과연 얼마일까? 사실 가격은 기억 안난다. 비쌌을 것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답게 맛은 한국과 똑같았다.

아, 유일한 차이점이 하나 생각났다. 바로 감튀가 바삭하고 가느다란 감튀였다는 것. 한국 버거킹 감튀는 먹다 보면 '이럴거면 그냥 웨지감자를 내지, 왜 프렌치프라이라고 부르는 걸까?' 싶을 정도로 두꺼워서 맛탱아리가 없다.

가르데르모옌 공항에 도착하고나서, 다시 오슬로로 이동하는 열차 티켓을 끊었다.

가는 길에 무임승차한 사람이 잡힌 걸 봤다. 지난 번 글에서 노르웨이 사람들은 눈에 센서가 달려있나 싶었는데, 진짜인가보다. 역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딱 한 사람을 통해서만 검문을 했고, 걸렸는지 뭐라고 대화를 하더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

왜 숙소 사진 제대로 찍힌 게 없지.

숙소는 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도보로 이동하니 아파트(해외에서도 아파트라 부르나?)가 나왔고, 열쇠를 이용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설은 꽤나 준수했다. 샤워시설도 좋았고, 식기세척기도 있어서 설거지하기도 편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주황색의 간접조명. 간접조명을 꽤나 좋아하는 kooma는 이것을 퍽 좋아했다.

해가 저물고 나면 방 안의 분위기는 그 북유럽 특유의 조명으로 꾸며진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이 숙소 소파에 앉아 주황색 조명이 비치는 창문 너머의 오슬로 풍경을 바라보며 '여기서 한달 살기하면 파산하겠지? 하지만 정말 좋은 곳이다' 라는 쓸데없는 감상에 빠졌던 것이 기억난다.

오늘 오슬로에서는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애초에 트롬소에 며칠 더 있었던 예정을 취소하고 부랴부랴 남하한 것이니 당연한 것이었다. 일단, 출출했으니 짐을 풀고 밥 먹으러 이동했다. 이 때 야행성 kooma는 피곤하니 낮잠 좀 때리겠다며 침실로 가버렸다.

 

빨간불이 왜 2개나 있는 걸까?

구글 지도에서 가깝고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찾아 갔다. 평범한 바베큐집이었다. 풀드포크와 버팔로윙? 정도를 시켰던 기억이 난다. 맛 자체는 평범했다.

꺄아아악!! 트램이다!!
노르웨이의 따릉이..

이번에 놀란 사실이 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연히 공유 자전거가 한국에서 시작되고 유럽에 나중에 전파된 것인 줄 알았다. 그야, 이런건 O2O(offline to online)라고 부르는 IT 기술의 한 분야였고, 유럽이 이 부분에선 열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알고보니 서울시 따릉이가 유럽의 공유 자전거를 참고삼아 도입된 것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첫 영감을 받고, 모델 자체는 프랑스의 것을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하기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우버 하나도 제대로 들여오지 못 했던 이력이 있다. 걸출한 O2O 서비스들은 우리나라보단 해외 쪽에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하릴없이 오슬로 거리를 걷다 들어와 조금 쉬고, 다시 저녁에 나와 동기들이 찾아준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들어가기 전에는 메뉴를 몰랐는데, 아프리카 식당이란다. 보라색 조명이 인상적인.. 뭔가 자외선 소독이 되는 바 같은 느낌이 있었다. 생선 요리가 기억에 남는데, 어떤 생선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도미?) 맛있었던 것만 기억 난다.

계산하면서 점원이 where are you from? 이라 묻더라. korea 라고 대답하니 몇 초간 별 말 없더니 "good"이라고 답변했다. 아무래도 리액션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그럴만도 하지.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미스터 리" 라면이 있어서 사왔다. 누가 언급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kooma일 것) "이 라면이 노르웨이 국민라면이래!"라고 말하면서 골랐던 듯.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20년쯤 전의 추억이 다시 떠올랐다.

'미스터 리' 라면의 창시자 이철호 씨

내가 '노르웨이'라는 나라를 알게된 계기가 바로 이 라면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담임 선생님이 "노르웨이라는 나라에, 한국인이 라면으로 사업을 해서 성공을 했다"는 사실을 알려줬었다. 물론 그 때 내가 아는 라면은 신라면이 전부였어서, 그 이후로 나는 노르웨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신라면 먹는 외국인이 상상되곤 했었다.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노르웨이로 이민간 최초의 한국인 이철호 씨가 노르웨이에서 "미스터 리(Mr. Lee)"라는 라면 브랜드를 완성하기까지는 정말 길고 긴 난관이 있었다고 한다. 한 번쯤은 찾아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무튼, 그런 사연이 있는 라면이라는데, 안 먹을 수가 있나? 바로 사오자마자 시식해봤다.

저 노란 국물이 보이는가?

먹어본 평가를 내려보자면...

과연, 서양 국가에서 국민 브랜드가 되려면 이 정도로 담백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꼬꼬면에 물을 조금만 더 탄 맛? 진라면 순한맛보다도 순했다. 나쁘진 않았는데, 한국 라면 먹던 사람들은 다들 놀랄만한 간이었다. 한 번쯤은 경험삼아 먹어보는 정도로는 괜찮은 것 같다.

 

다음에 꼐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