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5. 13:52ㆍMusic/Lovelyz
4개월만에 릴리즈됐습니다. 러블리즈의 신곡.
역시나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전 제 취향이라.. 윤상 곡은 항상 좋습니다.
<가사>
너는 내 Destin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왜 자꾸 그녀만 맴도나요
달처럼 그대를 도는 내가 있는데
한 발짝 다가서지 못하는
이런 맘 그대도 똑같잖아요
오늘도 그녀 꿈을 꾸나요
그댈 비춰주는 내가 있는데
그렇게 그대의 하룬 또 끝나죠
내겐 하루가 꼭 한 달 같은데
그 꿈이 깨지길 이 밤을 깨우길
잔잔한 그대 그 마음에
파도가 치길
너는 내 Destiny
날 끄는 Gravit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기울어진 그대의 마음엔
계절이 불러온 온도차가 심한데
늘 그댈 향한 나의 마음엔
작은 바람 한 점 분 적 없어요
눈부신 그대의 하루에는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나요
그렇게 내 맘은 차고 또 기울죠
내겐 한 달이 꼭 하루 같은데
그 꿈이 깨지길 이 밤을 깨우길
잔잔한 그대 그 마음에
파도가 치길
너는 내 Destiny
날 끄는 Gravit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한 번 난 그녀를 막고 서서
빛의 반질 네게 주고 싶은데
단 한 번 단 한 번
그녀의 앞에 서서
너의 낮을 날고 싶은데
너는 내 Destiny
날 끄는 Gravit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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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즈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사가 예뻐서이기도 한데, 이번 작사가는 전간디 작사가라서 조금 걱정이 됐었습니다. 전간디 작사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요. 서지음과 김이나 작품들만 보다가 라인업에 생소한 작사가가 나와서 검색해보니 SM 소속의 작사가더군요. 과연 이번 곡의 가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상상 이상입니다. 자면서 계속 들어보는데 볼 수록 아, 작사가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팬들의 가사 해석이 나오는데, 제가 본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이 가사에는 그녀, 그대, 나 라는 세명의 등장인물이 나오고 있고, 각각 그녀 - 태양 : 그대 - 지구 : 나 - 달 이라는 대응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사에 이를 대입해서 읽어보면 꽤나 가사에 고심한 흔적들이 보일 겁니다.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거의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달이 지구를 따라 공전을 하지만, 계속 같은 면만 지구쪽을 향하고 있죠. 우리가 하늘을 봤을때 늘 달의 같은 면만 보는 이유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여기에 비유했네요.
비슷한 맥락에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이라든가 '떠날 수 없어 난' 등의 가사들도 지구와 달이라는 맥락에서 이해가 갑니다.
왜 자꾸 그녀만 맴도나요
태양과 지구의 공전에 빗대어서 표현했죠
한 발짝 다가서지 못하는 이런 맘 그대도 똑같잖아요
첫번째 싱글 Lovelinus의 수록곡 Circle에 나온 부분과 많이 비슷하죠. 그걸 의도하고 쓴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Cricle의 작사가는 김이나였기 때문에 정확한 연관성이 있다고는 보기 힘들 거 같네요.
그렇게 그대의 하룬 또 끝나죠. 내겐 하루가 꼭 한달 같은데
그렇게 내 맘은 차고 또 기울죠, 내겐 한달이 꼭 하루 같은데
가사 중에서 가장 소름 돋았던 부분입니다. 1절과 2절의 가사가 정말 예쁘게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그녀(태양)만 보다가 끝나는 그대(지구)의 하루가, 자신에게는 한달과도 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부분이 위의 구절이고. 아래 구절은 나(달)의 마음의 기복을 초승달부터 그믐달까지 바뀌는 달의 모양에 빗대어, 이 일련의 과정이 하루에 일어나는 것만 같다는, 즉 그만큼 감정 기복이 심하단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 꿈을 깨우길, 이 밤을 깨우길
잔잔한 그대 마음에 파도가 치길
밤이 찾아온다는 것은 낮이 끝난다는 의미인데요, 그대(지구)가 그녀(태양)에게서 눈을 돌려 나(달)를 봐주길 바라는 심정이 투영되어있습니다.
또, 파도는 지구와 달 사이의 인력으로 발생되죠. 그렇듯이 나(달)도 그대(지구)에게 마음에 영향을 주고 싶단 의미로 해석됩니다.
기울어진 그대의 마음엔
계절이 불러온 온도차가 심한데
늘 그댈 향한 나의 마음엔
작은 바람 한 점 분 적 없어요
지구의 자전축은 23.5도로 기울어져있습니다. 그 덕에 위도별로 받는 태양광이 달라지고, 그 때문에 계절이 생겨나게 되죠. 그대(지구)의 마음이 기울어있음과 동시에 사계절의 변화처럼 심경의 변화 또한 담고 있단 소리죠.
반면에 달에는 대기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대류현상조차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 리도 없죠. "계절"이 존재하는 그대(지구)의 마음과, "바람"조차도 불 수가 없는 삭막한 나(달)의 마음이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소름돋는 부분은 그녀를 막고 서서 빛의 반지를 주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한 번 난 그녀를 막고 서서
빛의 반질 네게 주고 싶은데
뮤비에서도 암시하고 있듯 이 가사는 "일식"을 뜻합니다. 그녀(태양)를 막고 내(달)가 그대(지구) 앞에 선다면, 달이 태양빛을 가리므로 일식이 일어나겠죠.
일식에는 달이 완전하게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과 부분만을 가리는 부분일식이 있는데요. 이 가사에서 말하는 일식은 부분일식 중에서도 "금환일식"을 의미합니다.
금환(金環, 금색 고리)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금환일식은 마치 반지와도 같은 형상을 보입니다. 가사에서 언급한 '그녀를 막고 서 빛의 반지를 네게 주고 싶은데' 라는 부분은 바로 이걸 의미하는거죠. 여러 문화권에서도 금환일식은 낭만적인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작품 속의 내(달)이 할 수 있는 건 고작 금환일식정도 밖에 못된다는 것이죠. 그녀(태양)를 대체하지도 못하며, 막아선다고 해도 태양빛을 완전히 가릴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그대(지구)와 나(달)의 마음이 거리가 멀다는 것이겠죠.
그 다음 가사는 그녀 앞에 서서 너의 낮을 날고 싶은데. 라는 부분인데요. 사실 달은 낮에 하늘에 떠 있더라도 태양빛이 너무 강해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대(지구)가 언제나 그녀(태양)만을 바라보고 있기에, 막상 그대(지구) 앞에 내(달)가 서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죠. 그래서 금환일식같은 방법으로만 너(지구)의 낮을 날 수 있다고 표현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지구와 달의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하고 들었는데, 가사를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아, 진짜 장난 아니다' 싶었습니다. 작사가 중에서 김이나 씨를 제일 좋아했었는데, 아무래도 좋아하는 작사가가 한 명 더 생긴 거 같아요.
앨범도 슬슬 발송 시작할테니, 도착하면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