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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시국 재택근무 체험기 - 3
들어가며 재택근무는 노래방 서비스와도 같았다. 매주 목요일이면 연장 공지가 뜬다. "재택 근무 기간을 다음주까지로 연장합니다"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다음주 목요일에 또 다시 "재택 근무 기간을 다음주까지로 연장합니다" 라는 공지가 뜬다. 아무리 인심 좋은 노래방을 가도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서비스를 퍼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지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드디어 출근하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휴가 지나자마자 다시 확진자가 늘어 또 연장됐다. 1년의 4분의 1을 지금 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제발 빵댕이는 집에서 요일바 음악이나 들으면서 흔들어라. 집으로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이지만, 난 자취를 잘 하는 인간이 아니다. 집에 혼자 놔두면 알아서 인생을 망치는 부류인데, 재택 근무 장기화와 맞물리..
2020.05.20 -
킹시국 재택 근무 체험기 - 2
인간의 조건 시골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에서의 첫 대학 생활과 자취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 하나는, "인간처럼 살기가 생각보다 참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가사도 잘 분담하고 정리정돈도 안 시켜도 알아서 척척 잘하는 모범생이었으면 좀 덜 고생했을 텐데, 천성이 자유분방한 잡초와도 같은 나는 가족을 떠나자마자 놈팽이가 되었다. 정리정돈, 청소, 요리, 빨래, 설거지. 이 모든 것을 직면한 순간 가사와 업무 두 가지를 병행했던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으며 내가 앞으로 가정을 가질 자격이 있는 지에 대한 의문 또한 무럭무럭 자라났다. 특히 그 중 제일 부담스러웠던 것은 요리와 설거지였는데, 이건 기한 내에 처리가 되지 않으면 후폭풍이 무시무시한 업무였기 때문이다. 청소? 먼지를 더 먹게 되겠..
2020.03.29 -
킹시국 재택 근무 체험기 - 1
들어가며 올해는 초장부터 정말 하드코어하다. 19년도 말에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기 대응 시기를 놓쳐 전세계로 퍼지고 말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들어본 현대 전염병들을 헤아려 본다. 아폴로 눈병,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등. 전염병 중 어느 것 하나 사소한 것이 없겠지만, 어찌되었건 사태의 심각성은 그간 겪어 왔던 것 중에선 역대급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어 보인다. 정부에서 위생을 뛰어 넘어 '사람들과 만나지 마세요'라고 권고하고, 중고등학교는 개학을 늦추고, 대학교는 원격 강의를 시작했으며, 일부 회사들은 재택 근무를 실시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2월 말부터 본격적인 전사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고, 그 과정에서 느낀 소소한 것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
2020.03.23 -
2020년을 맞이하며
들어가며 2020년 한라산의 일출은 매우 아름다웠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 작년은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2019년이 의미 깊은 해였던 만큼, 올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19년 회고는 지난번에 올렸으니, 20년 맞이 다짐을 작성하고자 한다. 더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 역량은 탄탄한 기초지식에서 나온다. DB를 배우자. 직장 생활에서 가장 처음 느꼈던 점은 "DB는 내 상상보다도 더 까탈스럽다"는 점이었다. 그냥 학부생 시절에 배운 정규화, 락, 인덱스, 트랜잭션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들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실무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은 이런 레벨보다 아득히 아래에 있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것들이었다. 문제의 발생 원인을 쫓다보면 아예 MySQL의 특정 버전에서, 특정..
2020.01.02 -
2019년 신정 맞이 한라산 등반기
들어가며 벌써 2020년 1월 1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2019년 신정 한라산 등반기를 쓰고 있구요. 예전부터 이 기록은 꼭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그 다음 신정이 다가올 때에나 글을 쓰게 되네요. 미약하게나마 저의 경험담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건의 발단 2018년 겨울의 일이다. 당시 졸업 논문 제출도 끝내고 명실상부 백수의 신분이 되어 탱자탱자 놀고 있었는데, 대학 동기들로부터 '연말맞이 여행을 가보자' 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여행지는, 어째서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부산, 울산, 제주도의 세가지 후보가 있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누군가가 "한라산에서 일출보기! 괜찮다!" 고 외쳤고, 그 친구가 찾아온 한라산의 새해 사진들을 보는 순간 ..
2019.12.22 -
근황 보고
사실 제 소식을 궁금해하며 블로그를 들어오는 분이 아직도 계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역하고 나서 잠깐 쓰고 다시 뜸해졌었죠. 이제 일본어학하고는 거의 관련이 없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간간히 단기 알바 등으로 써야하는 상황은 생깁니다만, 전공 학점을 전부 다 채워버려서 들을 일이 없거든요. 대신 이중전공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만 주구장창 듣고 있습니다. 사실 초등학생 때 잠깐 손댔다가 그 깊이에 경악해서 '아, 내가 갈 길은 아닌가보다' 하고 놨던 분야인데 어떻게 돌고 돌아서 다시 여기로 왔네요. 그렇다고 취업 목표가 개발자냐 하면 그건 또 애매합니다. 아직은 취직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이 정리가 되어있질 않아서.. 이번 막학기가 끝나면 그 때서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가능하다면 이걸..
2018.04.16